[스크랩] 3월에 생각나는 사람 함석헌

모란이후 2011. 11. 10. 06:14

<!-BY_DAUM->

 

 

 

 

 

3월의 끝날, 봄을 재촉하는 비가 추슬추슬 내리고 있다.

오는 봄을 시샘하는 추위가 기승이더니, 산간엔 때아닌 폭설이 왔으니 봄의 정령은 방해꾼이 많은가 보다,

나는 3월이 되면 생각나는 사람들이 많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분이 함석헌 선생님이시다.

 

선생님을 처음 뵌것은 내가 아주 어렸을 때인 1960년인가 1961년이가 겨울 크리스마스 때이다.

내 가 자란 경북 안림이라는 마을에 선생님게서 오신것이다. 들판 한가운데 있는 과수원집의 김복관선생님

(나는 지금 아버지라 호칭하는 아주 특별한 인연이 있는 분이며 현재 90이신 우리 나라 유기농업, 자연연농업의 선구자 중의

한분이시다)댁에 함선생님게서 1주일정도 유하신적이 있었다.그 때에 인근에 살고 있는 많은 젊은이들이 선생님게서 오셨다니

밤마다 모여 말씀을 듣게 되었는데 나는 형들을 따라 방가운데 션생님과 제일 가까운 곳에 앉아 밥이 이슥하도록 말씀을 들었다.

말씀을 들었다기 보다 아무 뜻도 모르고 그냥 꾸벅 꾸벅 졸았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마지막 날 선생님게서는 당신의 시집 "수평선 넘어"를 나누어 주셨는데 제일 꼬맹이인 나에게도 머리를 쓰다듬어시면서

"너도 한권 가져라"하시면서 주신 것이다. 용케도 나는 그 시집을 지금껏 잘 간수하고 있고 몇 독을 했는지 모른다. 

 

그 후 1980년도에 원효로에 있었던 선생님 댁에 가져가서  인사도 드리고 책에 서명을 해 달라해서 받았다.

이사를 자주 하다 보니 가끔 그 책의 행방이 묘연할 때도 있었지만 꼭 찾아내어서 지금은 언제나 볼 수 있는 곳에 두고 있다.

나는 선생님의 시 중에서 "그 사람을 가졌는가"를 애송한다. 어릴적에는 그 시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였으니 참으로 대단한

의미의 글임이 이제사 조금은 알 듯하니 내 우둔함을 탓할 수 밖에... 계간지 "정신과 표현"(혜화당)이라는

잡지의 "내 마음의 시"라는 코너에 이 시와 관련한 글을 게재한적이 있다.

 

나는 이 시를 적은 쪽지를 늘 가지고 다니면서 어떤 모임에서

노래나 뭐 여흥 프로에서 그 시를 낭송하기도 한다. 시인들의 시낭송회나 혹은 다른 모임에서도... 대단한 갈채를 받음은 물론이다.

아주 어릴적, 코흘리게 때에 받은 시집한권과 선생님의 풍체와 말씀에 반하고 따르다 보니

지금의 내 삶속에 그 분이 자리함이

얼마나 큰지 모를 만큼이다.

3월은 선생님께서 탄생하신 달이니 생각이 너무 많이난다. 1900년3월 13일 평북에서 탄생하셨으니 금년이 탄생109주년이 되는 해이다. 지난 3월 25일

기념사업회에서 추모 모임과 특별강연회가 열렸었다.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는 또 다른 페이지를 통해 기록하고자 하며 오늘은 시 "그 사람을 가졌는가"를

게재하려한다.( 그사람을 가졌는가 시비가 동숭동 대학로에 세워져 있다)

또 나는 선생님께서 남기신 어록들과 시들을 서예작품으로 작업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데 언제 쯤이 될런지...

 

 

 

그 사람을 가졌는가

 

만리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 맡기며

맘놓고 갈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 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마지막 숨넘어오는 순간

그 손을 부썩쥐며

"여보게 이 조선을"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여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 두거라" 일러 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때

"저 하나 있으니"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가졌거든 그대는 행복이니라

도 행복이니라

그들을 가지는 이 세상도 행복이니라

그러나 없거든 거친 들에 부끄럼 뿐이니라 (1947.  7.  20)

 

" 1. 4째연과 마지막 연은 2000년 3월 한길사에서 간행한 저작집 간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육필원고를

         발견하여 새로이 추가한 것이다.

   

 

 

출처 : 로설헌주인의 흔적들
글쓴이 : 夢齋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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